호주 워홀 +30 출근6일차/인도미-미고랭
#1 출근 6일 차
오늘은 11시부터 일하기로 한 날.
8시 40분에 알람이 울렸다. 일어나기 싫다. 딩굴딩굴. 누워서 핸드폰 보다가 9시 10분쯤 일어났다.
머리부터 감고 나서 간단히 주워 먹고 나갈 생각으로 먼저 욕실로 가서 머리를 감았다.
머리 말리고 부엌에 가서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요거트를 꺼내고, 찬장에서 뮤즐리랑 사과를 꺼냈다.
마침 룸메 언니가 요리를 하고 있었는데, 뭔진 잘 모르겠는데, 맛있어 보였다. 면을 막 삶으셨는데, 면이 우동보단 얇고 스파게티면이라기엔 굵은 것 같았다. 파스타였다! 시판 소스에 베이컨, 브로콜리 등을 더 넣어서 하셨는데, 진짜 맛있었다!
언니가 아침으로 먹으려고 한 건데, 한 입 먹어보라고 권하시더니 그냥 같이 먹자고.... 히히 맛있게 먹었다! ㅋㅋㅋ
그래도 눈치가 있어서 한 입 더 먹으려던 거 내려놨는데, 이미 너무 많이 먹었나? ㅋㅋㅋㅋ
엊그제 꺼내놓고 깜박한 애플파이가 있어서 애플파이를 데워먹고, 왠지 사과 하나를 먹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으로 사과를 하나 먹었다ㅋㅋㅋ 그러고 나니까 배가 불러서 요거트는 다시 냉장고로... ㅋㅋㅋ
다 먹고 앉아서 언니랑 이런저런 얘기하는데, 벌써 시간이 10시 30분!
서둘러서 옷 갈아 입고 화장 대충하고 뛰쳐나갔다 ㅋㅋㅋㅋㅋ 20분이면 넉넉히 갈 수 있는데, 트램 운이 잘 따라줘야 하는 거라... 아파트 1층에 도착했을 때가 10시 40분이었는데, 밖으로 11번 트램이 가는 게 보였다. ㅠㅠ
대기 중이던 48번 트램에 타긴 했는데, 결국 46분쯤 출발했다.
윌리엄 스트릿에 내리자마자 엄청나게 뛰고 무단횡단까지 해가면서 가게로 뛰어갔다 ㅋㅋㅋㅋㅋ
진짜 딱 11:00 am에 도착했다; 다행인지 사장님은 잠깐 나가셔서 안 보이셨고 빨리 가방이랑 겉옷 넣어두고 일할 준비를 마쳤다 ㅋㅋㅋ
하루 종일 열심히 일했다. 오늘 마침 크리스탈이 없는 상황인지라, 11시 30분 이후로는 내가 포스기계 앞에서 주문받고 커피 만드는 일을 했다! 커피가 몰릴 땐 거의 사장님이 하긴 했지만, 오늘 그래도 잠깐 동안 10잔 가까이 만든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ㅋㅋㅋ 근데 중간에 카푸치노랑 라떼랑 같이 들어온 주문이 있어서 스티밍을 같이 했는데, 생각보다 거품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카푸치노는 괜찮았는데, 라떼는 유리잔에 담다보니 거품양이 완전 다 드러나서... 사장님이 보더니 너무 많다고 다시 하라고 해서 다시 했다. 긴장해서 그런지 이번에도 조금 많았다. 근데 그래도 봐줄만한 정도였는지 사장님이 손님에게 가져다드렸다. 조금 한가해졌을때, 나 라떼 만들어도 되냐고 물어보고 허락받고 두 잔만 연습했는데, 아 또 이번엔 얇게 됐다.. 1cm가 안 될 것 같은.. 긴장 풀고, 한가할 때 들어온 주문 가지고 라떼아트 연습해야지!
일 시작하면,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주 엄청난 일이 일어나야지만 오늘 하루가 특별하고 그런 게 아니라, 그 아주 작은 차이에서 오늘 하루의 가치를 느끼고 감사히 여기고 그러고 싶어서, 일기를 쓰려고 한 거였는데, 뭔가 점점 형식적으로 '숙제'처럼 여기고 있는 나 자신이 느껴졌다. 대충대충 아 오늘 이거 했고 이거 했다. 그런 거. 물론 무슨 일을 했는지 그런 큰 틀을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속에서 내가 무엇을 느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오늘 하루 내가 무엇을 느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내 주변에 벌어진 상황보다 그 속에 있는 '나'를 더 들여다보지 못한 것 같았다. 하루 동안 분명히 많은 생각을 했을 텐데, 그 생각들은 온데간데없고 사건만 기억하는 것 같아서..
진짜 오늘의 '나'를 기록하고 싶어 졌다. 글이 길어질 수 있으니 귀찮게 느껴질 것 같고 그래서 언제까지 얼마나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 순간 그곳에 있던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거기에 더 집중하고 싶다!
#2 인도미 미고랭
퇴근하고 윌리엄 스트릿에서 11a트램을 탔는데, 타기 전부터 앞에 '서던크로스역'이라고 쓰여있길래 설마 서던역까지밖에 안 가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기다렸다 다음 트램을 탈까 하다가 그냥 타고 가자 해서 탔는데, 서던역까지 가는 게 맞았고, 다음 트램은 10~15분 후에나 온다는 것 같았다. 무료 트램이 있어서 정말 너무 좋은데, 가끔 정비라던지 그런 어떤 이유로 트램 운행이 중단되거나 하는 일이 있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뭐.. 조금 기다리다가 그냥 걷자 하는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날씨가 좋았어서 걸을 만했다. 가다가 그 옥상공원 같은 게 있는 빌딩을 지났는데, 커먼웰스 뱅크 표시가 보였다. 돈을 입금할 생각으로 ATM기를 찾아서 들어간 빌딩 앞에, 사람들이 많았다. 한쪽에서 기다리는 건지 그렇게 서서 노는 건지 여러 사람들이 서있었는데, 행사를 하는 건지 뭔지 잘 모르겠는데 되게 즐거워 보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ATM기를 찾아갔다. 잉? 뭐지? 'Deposit'을 찾았는데, 없다. 응? 없다. 뭐지?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거나 언니한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가던 길을 마저 갔다. 가다 보니 ㅇㄹ이가 면접 본 식당도 나왔다. 깔끔하고 예뻤다.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입금/출금이 다 되는 기계가 있고, 출금만 되는 기계가 있고 기계마다 다르다고 한다.. 음... 그랬구나 ; 아 오늘부터 옵터스 새로 시작해야 하는 날인 거를 깜빡하고 아침에 유심을 바꾸지 않고 나온 바람에, 집에 일단 와서 유심 바꾸고, replacement SIM을 시도해보고 안 되면 매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집까지 온 거였는데.....
들어오니까 나가기 싫다 ^^ ㅋㅋㅋㅋㅋㅋㅋ 배가 너무 고파서 일단 뭐라도 먹어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밥은 없고 요거트 먹긴 좀 싫고 인도미를 사다 둬서 진짜 다행이었닼ㅋㅋㅋㅋ 인도미를 끓이면서 팬에 달걀프라이도 했다. 그림에 달걀프라이가 올라가 있길래,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같이 먹어야 맛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고, 그래도 '미고랭맛'인데 미고랭 느낌 나게 해줘야 할 것 같았닼ㅋㅋㅋ 달걀은 점점 줄어들고, 달걀장조림은 언제 하려나.. ㅋㅋㅋㅋㅋ
아무튼 정성을 다해서 끓였닼ㅋㅋㅋ 맛있었다! 색이 칙칙하니 맛없어 보이길래 ㅅㅁ이 꺼 스리라차소스를 넣었더니...
맵다; ㅋㅋㅋ 좀 매운데 그래서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김치랑 같이 먹으려고 조금 덜어놨는데, 꺼내길 잘한 것 같다 ㅋㅋㅋ 김치가 술술 들어가네 ; 분명히 옛날엔 라면을 먹든 카레를 먹든 김치를 잘 안 먹었는데, 늙었나; 외국에 산다고 그러는 건가; 잘 들어간닼ㅋㅋㅋ
열심히 먹고 설거지하고 침대에 드러누워서 엄마랑 통화하고..... 그러다 오늘 엄마 생신인 거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음.. 안 잊어버리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또 잊어버렸다 ㅠㅠ 또 내년을 다짐하게 된다. 내년 엄마 생신 때는 잘 챙겨드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