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2019.08.22~ 멜버른(Melbourne) 일상

호주 워홀 +41 출근12일차/감자야채볶음밥

hyunyi 2019. 10. 1. 20:08

#1 출근 12일 차

오늘도 11시부터 4시까지 일하는 스케줄이었다. 조금 일찍 나서서, 그전에 안 가봤던 길로 걸어가야지 싶었다. 매번 보기만 하고 건너가 보지 못했던 다리를 건너갔다. 별거 없는데, 왜 못 했을까? 그냥 하면 되는 건데, 왜 주저했을까?


멜버른 컨벤션 건물이 보였다. 겉에서 보기만 했지 들어가 보지는 못 했던 건물이었다. 그 건물 주변으로 특이한 구조물이 보였다. 무언가를 보호하기 위해 투명한 특수 유리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문화재, 특별 보호가 필요한 문화재에 한해 그런 투명 유리창으로 보호해두는데, 그것과 같아 보였다. 안에는 오래된 건물이 있는 것 같았다.
이 야라 강 근처에 있었던 오래된 창고 같은 걸로 보이는데, 내부에서 연결되어 보였다. 컨벤션 건물에 들어가면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음번에 반드시 꼭 들어가 보리라 다짐하면서 계속해서 이동했다.
왜 겁을 낼까? 리젠트 극장도 시티홀도 겉에서만 구경하고 들어가 보지 못한 곳들 중 하나인데, 왜 들어가지 못했을까?
왜 자꾸 주저할까? 혹여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일지라도, 들어가 보려는 시도를 해봐야 알 수 있는 것 같다.
시도해보자. 주저하지 말자.
오늘 정말 햇살도 너무 따뜻하고,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정말 깨끗했다.
출근하지 말고 가만히 이 강가에 앉아서 사람들 구경하고 싶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안 되지... 얼른 가야지ㅋㅋㅋ
어제 마음 먹은대로 5분 전에 들어갔다 ㅋㅋㅋ 그래도 들어가자마자 앞치마 메고 그릇 정리를 했다.
런치 타임을 앞두고 테이블을 한 번 더 신경 써서 닦아야 하기 때문에 테이블도 신경 써서 닦았다.
곧이어 푸차가 가고 내가 프런트에 서게 되었다. 좋다, 좋아.
점점 손님들 주문받는 것도 익숙해지고 있다. 근데, 사실 그게 손님들이 내 얼굴 보고 말을 천천히 해줘서 그런 것 같단 생각이 든다 ㅋㅋㅋㅋ 오늘 어떤 손님이 옆에 있는 에디한테 인사하면서 동시에 커피를 주문했는데, 응? 뭐라고? 하나도 못 들음.. 아, 말 왜 이렇게 빨라.. 그동안 다른 손님들이 나한테 천천히 얘기해줬던 건가.. 당황했지만, 에디는 라미가 아니었다. 에디는 내 상황을 금방 파악하고 나한테 뭐랑 뭐인지 얘기해줬다. 그래서 Pos기에 찍고 계산을 마칠 수 있었다.
아, 이런 사랑스러운 것. 라미는 집에서 산모 돕고 애기 태어나면 육아하고 에디가 계속 오면 좋겠다... 에디는 안 무서운데...ㅋㅋㅋㅋㅋ 아니면, 에디 너 커피 실력 장난 아니던데, 혹시 다른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거야? 나 좀 데려가면 안 돼?ㅋㅋㅋㅋㅋㅋ 증말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에디가 커피머신 청소하는 거 알려줘서 열심히 배웠다. 호주 오기 전에, 한국에서 커피 학원 다닐 때, 배웠었는데 확실하게 아는 거 아니면 안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섴ㅋㅋㅋ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닼ㅋㅋㅋ
아무튼 친절한 에디 덕분에 열심히 배웠다.

#2 감자야채볶음밥

달이 너무 귀엽게 떠있었다. 조금 있다가 다시 보니 달이 멀리 가 있었다. 달이 움직이는 걸 확연하게 느낀 건 처음인 듯.

아, 원래 저번 주에 산 닭다리살로 치킨 스테이크를 하려고 했는데, 닭이 상했다.... 라벨을 확인해보니 9월 29일까지였다. 하.. 돈 아까워!!!!!! ㅠㅠ 어쩔 수 없이 김치볶음밥을 할까 아니면 계란말이를 해 먹을까 하다가, 치킨 스테이크 하면서 같이 먹으려고 했던 감자가 보이고, 양파도 보여서 감자랑 양파랑 작게 썬 다음에 볶아서 볶음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예쁘게 썰고 감자 먼저 볶다가 다음에 양파도 넣고 소금이랑 후추로 간도 하고 열심히 볶았다. 그리고 밥도 넣었다.
아,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간을 더 해야 하나? 싶어서 간장을 넣었다. 급 거무티티해졌다. 와.... 색 이거 뭐지... ㅋㅋㅋㅋㅋㅋㅋ
엄청 웃겼닼ㅋㅋㅋ 간장을 안 넣었더라면 깨끗한 하얀 볶음밥이 됐을 텐뎈ㅋㅋㅋㅋㅋㅋ
한쪽으로 몰아준 다음에 한쪽 빈 공간에 달걀을 깨트려 넣고 스크램블을 만들었다. 그리고 밥이랑 볶아줬다.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똑같은 것 같기도 하곸ㅋㅋㅋㅋ 중간에 간을 봤는데, 심심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김이랑 같이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 김이랑 같이 먹기로 함ㅋㅋㅋㅋㅋ
예쁘게 담아보겠다고, 밥공기에 꾹꾹 눌러 담았더니 딱 한 공기 가득 들어찼다. 접시에 업어치기 해주고, 김을 잘라서 뿌려줬다. 맛은, 먹을 만했다. 엄청 맛있는 건 아닌데, 못 먹을 만한 맛은 아니었다. 썩 괜찮았다.
김치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28년 동안 먹었던 것보다 많은 양의 김치를 호주에서 먹게 되는 건 아닌가 싶닼ㅋㅋㅋ

아, 오늘 하슬러가 오전에 일할 수 있냐고 물어보길래 갑자기 이런 걸 왜 묻나 싶어서 쳐다보자 그냥 묻는 거라고 하길래, 할 수 있다고 시간 있다고 대답했더니 가서 에디랑 뭐라뭐라 얘기하고 라미랑 통화도 한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알려주는데, 내일부터 금요일까지 3일 동안 오전 6시부터 11시까지 나와달라고 하길래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퇴근 직전에 에디랑 얘기하는데, 에디는 지나가 하던 스케줄이랑 내가 하던 스케줄이랑 서로 바꾸는 거라며, 오전 6시 30분부터 마감 때까지 일해달라고 했다. 하슬러랑 에디가 하는 얘기가 서로 달라서 당황해하면서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하고 한번 더 물어봤더니, 일하는 게 곤란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지 괜찮냐고 물어보길래, 괜찮다고 그냥 한번 더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음.. 뭐.. 아침부터 일하면 힘들긴 한데, 돈도 벌고 좋지 뭐.. 사실 11시-4시가 좀 애매해서 미술관 갈 수가 없는 시간대였다. 그래서 그나마 조금 일찍 나서서 산책했던 건데, 뭐.. 이번 주 돈 좀 더 벌고 좋지뭐!
...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내일 오후에 재키랑 같이 Boxhill에 있는 집회에 가기로 했다. 가서 졸다가 오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괜찮겠지!
ㅊㅇ이가 딥딘교회를 대표해서 찬양팀에 선다고 해서 가는 것도 있고, 한인교회들 연합으로 진행되는 집회라 궁금하기도 하고, 좋은 말씀 듣고 은혜받고 오자! 피곤함을 물리쳐보자! ㅋㅋㅋ 오늘 무조건 일찍 자야지; ㅋㅋㅋ